[다시 간다]‘창신동 모자’ 보내고 한 뼘 줄은 복지사각

2023-05-23 18



[앵커]
쓰러질 듯한 집 한 채가 본인 소유라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숨진 창신동 모자 사건 기억하십니까?

저희가 최초 보도한 게 1년 전인데요.

정부는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겠다 약속했었는데, 약속 지켜졌을까요?

김지윤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.

[기자]
쓰러져가는 집 한 채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80대 모친과 50대 아들.

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사망 한 달 만에야 발견됐습니다.

[뉴스A, 지난해 4월 21일]
"수도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 것을 이상하게 여긴 수도사업소 직원이 찾아갔다가 모자를 발견했습니다."

창신동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됐던 노후 주택입니다.

통제선만 둘러있고, 집은 그대로인데요.

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죠.

얼마나 달라졌을까요.

다시 가보겠습니다.

다닥다닥 붙은 노후 주택에 독거노인이 많이 사는 종로구 창신 2동. 

잘 살아 있다는 게 안부 인사입니다.

[유모 씨 / 창신2동 주민]
"(동 주민센터에서) 한 15일~20일에 한 번씩 전화해요. 웃으면서 이러지. '별일 없으니까 나 안 죽었으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.'"

창신2동엔 아직도 위험한 이웃이 많습니다.

지난달 5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.

[여태운 / 창신2동 주민센터 주무관]
"갑자기 전화가 와서 '그동안 고마웠고 주기로 했던 생계비는 다른 분 드리면 된다'.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뛰어갔습니다. 일단 무조건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고."

남성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이미 위급한 상태였지만, 여 주무관의 발 빠른 대처로 목숨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.

창신동 모자 사건 이후 복지담당 공무원들의 가가호호 방문에 주민들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.

[박복순 / 창신2동 주민]
"누가 누군지는 모르는데 이 총각이 와서 제일 낯이 익어. (와서 뭐 물어봐요?) 뭐 이런 거 물어보고 식사했냐고 물어보고."

일부 지자체는 우체국의 도움으로 복지사각 지대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. 

[최종철 / 광화문우체국 집배원]
"아무래도 제가 매일 편지를 배달하다 보니까. 편하게 대답해주시고 아들처럼 대하시고. 나름 뿌듯했다고 해야 하나요?"

창신동 모자 사건 이후 정부는 기초생활급여 재산기준을 완화했고 올해 안에 수도, 전기 체납 등 위기 가구 징후 체크리스트를 34개에서 44개로 늘릴 계획입니다.

올해 선정된 1차 위기 가구 대상도 지난해보다 20% 늘었습니다. 

신입 공무원의 용기와 사명감이 한 생명을 살려냈지만, 아직 갈 길이 멉니다.

[여태운 / 창신2동 주민센터 주무관]
"제가 담당하고 있는 가구가 100가구 정도 되는데 100가구를 직접 발로 뛰어서 방문하고 있습니다."

전입신고를 안 하고 사는 저소득층 가구나, 거동이 불편해 왕래가 어려운 가정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.

제2의 창신동 모자 사태를 막으려면 좀 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합니다.

다시간다 김지윤입니다.

영상취재 : 이기상
영상편집 : 변은민
작가 : 김예솔


김지윤 기자 bond@ichannela.com